김영문 관세청장 "1인당 600弗인 면세한도…담배·술 등 통합해 1000弗로 상향 필요"

입력 2019-04-14 18:03  

한경 인터뷰
세관행정 개혁 나선 김영문 관세청장

"필로폰 등 밀반입 1년새 6배 급증…AI로 적발률 높일 것
무역 관련 사기·횡령 범죄도 관세청이 수사권 가져야"



[ 조재길 기자 ]
지난해 관세청은 그 어느 해보다 주목을 많이 받았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를 다섯 차례 압수수색한 뒤 밀수·횡령 등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필로폰 등 마약류 밀반입 적발 규모(중량 기준)는 전년 대비 6배나 늘었다. 그 중심에 김영문 청장이 있다. 2017년 7월 취임한 그는 1978년 이후 39년 만에 임명된 검사 출신 관세청장이다.

이달 초 서울 논현동 서울본부세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한 김 청장은 “한진 총수 일가의 밀수 행위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고 했다. 한진 수사 직후 인천국제공항 통관 인력의 절반 이상을 교체하는 조직 쇄신을 단행한 배경이다. 서울 롯데월드타워 면세점(호텔롯데) 특허권과 관련, 김 청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뇌물 혐의가 대법원에서 최종 인정되더라도 바로 특허를 취소하는 건 아니다”며 “면세점 선정 과정에서 위법 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확실하지 않고 면세점 일자리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입출국 시 1인당 면세 한도(600달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다음달 말부터 인천공항에 입국장 면세점이 들어섭니다. 세계 73개국이 운영하는 제도입니다. 휴대품 면세 한도 현실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 면세 범위(600달러)에다 술(1병·1L·400달러) 담배(1보루) 향수(60mL) 등 별도 면세를 모두 합해 1000달러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기획재정부에 건의할 생각입니다.”

▷작년 국정감사 때 ‘기내면세점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비행기 선박 등 기내 판매는 엄밀히 말해 면세제도와 다릅니다. 음식과 담요 등 기내 소비 물품이라 세금을 매기지 않았을 뿐이죠. 화장품 시계 등까지 기내에서 면세로 판매하는 건 제도 도입 취지에 맞지 않습니다. 기내 판매품의 구매예약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여행자 분석 및 관세 부과 자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항공사의 위법 행위가 적발되면 기내 판매 영업을 정지하거나 등록을 취소할 겁니다. 기내 판매품에 대해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야 한다는 일부 여론이 있으나 면세품에 추가 세금 혜택을 주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이 시내면세점에서 구입한 면세품을 바로 재판매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쇼핑 편의를 위해 외국인이 시내면세점에서 국산품을 구매하면 바로 인도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부 보따리상 등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는 걸 압니다. 현장 인도 제도는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막으면 면세점 판매가 거의 유일한 수출 통로인 중소기업의 매출 타격이 우려되기 때문이죠. 조만간 다른 방식의 획기적인 개선안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면세품을 부실하게 관리하는 기업의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자체 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신세계, HDC신라, 두산, 한화갤러리아 등 네 개 면세점을 대상으로 최근 ‘판매 및 반입 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과징금도 부과했고요. 면세품을 창고에 들이지 않고 주차장 등에서 인도하는 등 반입 절차 규정을 위반했습니다.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계속 들여다볼 생각입니다.”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유지 여부가 업계의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신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2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습니다. 이건 정책이 아니라 법리적인 문제죠. 부정한 방법으로 면세 특허를 취득했다면 취소할 수 있겠지만, 면세점 선정 과정에 신 회장이 직접 개입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최종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면세점 특허 취소는 신중해야 합니다. 수많은 일자리도 걸려 있고요.”

▷무역 범죄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외환 규제가 완화되면서 수출입 관련 재산 범죄 역시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관세청이 무역 관련 수사를 하다 사기·횡령·배임 혐의를 포착하면 검찰에 넘겨야 합니다. 그럼 검찰이 처음부터 다시 수사할 수밖에 없고요. 수출입 관련 사기·횡령 등의 범죄에 한해 관세청이 수사권을 가지면 범죄수익을 환수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이런 내용으로 법무부에 사법경찰직무법 개정 요구안을 제출했습니다.”

▷최근 ‘관세행정 수출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했는데요.

“관세청은 무역의 최전선에 있는 기관입니다. 작년 말부터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서 범(汎)정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전국 34개 세관에 142명 규모의 수출기업지원단을 꾸렸지요. 중소기업의 전자상거래를 지원하기 위해 전용 수출통관 시스템을 구축 중입니다. 중소기업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보세공장 제도를 대폭 개선할 겁니다. 보세사 채용 등의 부담 때문에 보세공장을 운영하는 중소기업이 0.06%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연예인의 마약 투약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데, 마약 밀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작년 전체 전자상거래 무역 건수가 처음으로 4000만 건을 넘었습니다. 과거에 비해 온라인을 통한 마약류 접근이 훨씬 쉬워졌어요. 작년 관세청이 적발한 마약류만 660건, 426㎏에 달했습니다. 중량 기준으로 전년 대비 약 6배 늘어난 수치죠. 마약 밀수가 은밀해지고 있어 엑스선 검색기와 탐지견 등의 검사를 강화했습니다. 마약 판독에 신기술인 인공지능(AI)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관련 특허 5건도 출원했고요. 적발률이 크게 높아질 겁니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밀수 수사에서 어떤 성과를 거뒀습니까.

“대기업은 내부 통제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고 총수 일가는 돈이 많아 밀수를 하지 않을 것이란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이게 깨졌습니다. 총수 일가의 법인 재산 횡령 증거까지 확보한 건 뜻밖의 성과였습니다. 위법 행위 수사가 관세청 내부시스템이 아니라 외부 제보에서 시작된 건 우리가 반성해야 할 부분입니다. 인천공항 휴대품 통관 인력의 관리자 중 76%, 6급 이하 직원의 45%를 교체하는 강수를 둔 배경입니다. 항공사 의전팀의 휴대품 대리 운반 관행도 막았습니다. 지금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정하게 휴대품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세금 탈루 등 혐의로 관세청 조사를 받는 곳이 또 있습니까.

“지난 국정감사 때도 거론됐습니다만 네덜란드 맥주업체인 하이네켄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수입 맥주를 동종 업계보다 저가로 신고한 혐의가 있습니다. 모든 조사 및 조치는 상반기 끝낼 겁니다. 다른 주류 수입업체도 저가 신고 혐의가 확인되면 엄정히 조사할 방침입니다.”

▷지난해 관세청 직원이 밀수업자에게서 뇌물을 받고 해외로 도주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매우 부끄럽습니다. 관리 대상 화물 선별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습니다. 인천세관의 관련 업무 담당자를 모두 교체하는 한편 청렴 교육 및 부정청탁 회피 요령 교육을 했습니다. 검사 대상 화물의 선별과 해제 과정에서 관리자 결재를 생략할 수 없도록 시스템도 개선했고요. 검사 선별부서와 수행부서를 분리해 서로 견제하도록 했습니다.”

▷지난해 북한산 석탄 반입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았는데요.

“석탄 등 대북 제재 물품의 반입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성분 분석만으로는 원산지를 판별하기 어렵습니다. 관계기관이 정보를 주지 않는 상태에서 위조된 원산지증명서를 적발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전국 세관에 업무 매뉴얼을 새로 내려보내 조금이라도 북한산으로 의심되면 수출신고필증 등을 받아 철저히 심사하도록 조치했습니다.”

▷조직 개편 및 인사 원칙을 설명해 주십시오.

“중소 수출기업을 총력 지원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계속 바꿀 겁니다. 새 수출 경로인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관세 행정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마약 등 위해 물품 반입을 차단하는 조직도 보강하려고 합니다. 연공서열 중심 인사 관행을 지양하고 발탁 인사를 늘릴 생각입니다. 과거엔 대전 본청과 서울세관 근무자를 우대하는 관행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일선 현장 근무자를 우대하겠습니다.”

■김영문 청장은…

김영문 청장(55)은 역대 세 번째 검사 출신 관세청장이다. 2017년 7월 30일 취임했다. 노무현 정부 때 문재인 민정수석 밑에서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남고 12년 후배다. 마약 등 강력범죄와 첨단범죄 수사통이다. 대구지방검찰청 형사1부 부장검사를 끝으로 검찰을 떠나 법무법인 지평의 파트너변호사로 일했다.

최근 대한항공 밀수와 탈세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사고가 개방적이고 추진력이 강하며 일처리가 꼼꼼하다는 평가다. 직원들에게 항상 ‘혁신’을 강조한다. 한·일 양국 검사들의 축구 친선경기에 대표로 참가하기도 하는 등 축구를 즐긴다.

■약력

△1964년 울산 출생
△경남고·서울대 법학과 졸업
△34회 사법시험 합격
△대구·수원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 부장검사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
△대구지검 서부지청 형사1부장
△법무법인 지평 파트너변호사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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